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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랜덤하우스)


인상깊은 구절






넌, 늘 춘향 같은 마음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건은 복잡한 눈길로 그런 진솔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운한 듯 한, 아직은 화가 다 지워지지 않은 눈빛으로. 

“당신 나쁜 점이 뭔 줄 알아요?’ 

“…뭔데요?” 

“사람한테 마음 안주는 것. 울타리 튼튼하게 둘러치고 속내 안 보여주는 것” 

그의 말이 진솔의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마음 안 주는 것?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잘 했다고 뽀뽀 안 해줘요?’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저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 서리 쓴다… 이렇게 말이디.”





오랫만에 휴일이라 여유롭게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요량이었다.
수첩에 적어둔 목록이 있긴 있었는데, 막상 도서관에 가니 그 책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아서 그냥 잡히는대로 읽어보기로 했다.
하고 많은 책 중에 낡아빠진 갈색 양장 커버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어느 도서 싸이트에서 추천했던 것 같기도 해서 장르도 모르고,
대강의 스토리도 모른 채 읽기 시작했다.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한참 걸리겠다 싶었는데, 아 로맨스 소설이란 걸 처음 읽는 나로서는 이리도 집중력 있게 읽어내려갈 줄이야..ㅋ 
 

남자의 말투..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익숙한 말투 때문에 책이 빨리 읽혔다. 
책을 읽는 내내, 한 남자가 떠올랐다.
한동안 같이 일했었던,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증권사에 취직한 그 남자의 말투와 비슷하다.
반말과 존대말을 섞어 쓰고, 툭툭 내뱉는 말들.
무엇보다 자존심까지는 아닌데
말 속에 강단 같은 것이 느꺼지는 그런 말투 를 가진 사람.

그 사람과는 어떤 사적인 감정으로 엮인 적은 없었는데, 
그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을 때,
연락하고 지낼 친구 한 사람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약간 좀 아쉬웠달까.
사실 그런 무심한 듯 던지는 말투가 매력적이긴 하다.
끈적대는 말투는 부담스러우니까.
그래서 그들의 연애를 지켜보고 있자니 나도 가끔 두근! 거릴 때가 있었다. 
 

로맨스 소설은 다 그런가. 잘 모르겠다. 
키스신이 많이 나온다. 야하거나 진하지 않은 인사 같은 키스신이.
그래서 더 실감난다 느낀지도 모른다. 연인들 사이에서 키스는 인사니까. ㅋ
스킨쉽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스킨쉽 때문에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건 뭐.. 이성으로 누르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니까.
남녀 주인공 모두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요즘 한참 방영 중인 스타의 연인 같은 그런 특이한 설정이 아니라 
정말 내가 아는 사람들의 연애사 같은 그런 느낌의 이야기.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경우 어떤 그늘 같은 것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런 설정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겉으로 드러날 만큼 그늘이 있는 사람이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누구나 한가지쯤 말못할 사정 같은 것은 있겠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 하는 정도는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두 주인공은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아팠고 적당히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사람들.
아프기만 하면 피곤하지만 아팠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어딘가 건강하다.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날 출근해야되는데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특별한 기억. 이런 걸 쫌 일찍 경험했었더라면 인생이 더 즐거웠을텐데..ㅋ
간만에 따뜻하게 울고 웃었다. 
 

이도우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찾아봐야겠다.




(* 본 리뷰는 happyfunky님의 허락을 받고 게시되었습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ppyfunky

[Book Story] 충돌 – 존그레이 (동녘라이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읽는 동안 많은 일을 해치워야 했기도 했고,
내용 자체도 꽤 진지한 구석이 많다보니.
 
남자와 여자가 왜 싸울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해부학적, 사회과학적 근거들을 열심히 열거해주고 있다.
옥시토신이니 테스토스테론이니 하는 것들은
10년도 더된 생물학 책에서나 보았던 것들이니 생소할 수 밖에.

굳이 그런 호르몬의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지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큰 맥락이다.
나 역시 남자와 여자, 아니 인간과 인간이 만남에 있어 ‘
모두 나와 같음’ 을 강요하는 것은 관계의 깊이를 저해하고,
스스로의 성장에 큰 걸림돌임에 공감하고 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소양이고 덕목이 아닐까.
 
또 하나의 줄기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 스스로 나의 삶을 채울 수 있어야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 ( 그것이 굳이 남,녀가 아니더라도  ) 를 온전히 성숙하게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맨스를 포기하라 는 구절이 있는데, 요는 그거다.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라.
바라면 바랄수록 관계는 더러워지고 스스로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것. 그
리고 상대방에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노력하고 노력해야한다.

 
내 앞에 그 사람을 놓히고 싶지 않다면. 
 




(* 본 리뷰는 happyfunky님의 허락을 받고 게시되었습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ppyfunky

[Book Story]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알랭 드 보통 (생각의나무)

 

오래전에 사두고 몇장 읽다가 어려워서 책장에 꽂아만 놓고 까먹고 있던 책인데,
그냥 왠지 읽고 싶어져서 다시 잡았다.
초반에는 번역이 너무나 직역으로 되어 있어서
도무지 이 말은 무슨 뜻일까 고민하면서 읽었는데,
중반 넘어가니 조금 이해도 되고 공감도 많이 되었던 책. 

알랭 드 보통씨의 책은 항상 나를 머리아프게 만들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네 ㅎㅎ
적어두고 싶은 구절도 꽤 있고.
무엇보다 머릿 속에만 맴돌고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Detail 한 묘사가 맘에 들어!

 
 
책 중에서..

1. 그것은 우리가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방에 라디오를 틀고 들어온 후에,
조용함이란 오직 특정한 주파수에만 존재하 는 것이며,
사실은 처음부터 이 방에 우크라이나의 방송국이나
소형 콜택시 회사의 야간통신에서 나오는 소리의 물결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는 하늘의 음영, 표정의 변화무쌍함, 친구의 위선,
또는 이전에는 슬퍼할 줄도 몰랐던 어느 상황 속에
숨겨진 슬픔에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자신만의 발달된 감수성으로
우리를 예민하게 하고 우리의 숨겨진 촉각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2. 모든 우정은 명백히 어느 정도는 신실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는 데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우정이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서 추구되는,
애정과 솔직힌 표현이라는 두 가지 상숩적으로 충돌하는 목적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프루스트가 이러한 이중의 목적을 한계점까지 밀고 나가
친교에 대한 고유한 접근법을 개발했던 것은
그가 특별히 솔직하고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접근법은 애정의 추구와 진실의 추구가 간혹 불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는 친교의 목적 을 훨씬 더 좁게 파악하는 것을 의마했다.
친교는 로르와 즐겁게 교류하기 위한 것이지,
몰리에르에게 그가 재미 없다고 말하고,
안나 드 노아이유에게 그녀가 시를 쓸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이는 이러한 개념이
 프로스트를 훨씬 더 못한 친구로 만들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역설적으로 애정과 진실의 이 근본적인 분리는
그가 더 좋은, 더 충직한, 더 매력적인 친구이자
더 정직한, 더 심오한, 더 감정적이지 않은 사상가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p.174) 
 
 
3.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의 관념 속에
찬장 위의 빵을 놓을 자리를 만들길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
봄이 문제가 아 니라 봄을 그린 화가가 문제라는 것.
기억의 대상보다는 기억 자체를 비난할 것.
살리냑페넬롱 드 클레르몽 토네 르 백작 같은 사람을 소개받았을 때
기대를 많이 하지 말 것.
직함이 별로 근사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 들이 철자법을 틀리거나 제정기 프랑스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 있어도
고치려고 하지 말 것.




(* 본 리뷰는 happyfunky님의 허락을 받고 게시되었습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ppyfun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