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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로 가는 길] # 9. 팔라스 데 레이에서 리바디소 가기 – 허브라이트

[날짜] 2013년 4월 21일

[이동]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 리바디소(Ribadiso); 26.4km

[숙소] Albergue Los Caminantes Horario

[비용]

숙박비 – 30유로(다인실, 2층 침대, 3인합)

식비 – 7.5유로(물 + 음료) + 31유로(점심식사, 3인합) + 28.5(저녁식사, 3인합)

기타 – 6유로(세탁 및 건조)

[숙소의 장점]

나름 깔끔했던 것 같아요.

[숙소의 단점]

알베르게 주인 아주머니께서 ‘영어’를 단 한 마디도 못하시고, 못 알아들으십니다.

그래서 저희 숙박할 때랑 뭐 물어볼 때는 ‘영어-스페인어’가 되는 외국인 순례자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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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7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안내맵

이 날 걸은 곳은 5일의 순례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로 기억에 남는 구간입니다.

나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는다면, 이 길만큼은 또 한 번 거닐고 싶은 길이기도 하고요.

팔라스 데 레이에서 출발해서 아르주아(Arzua)까지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리바디소(Ribadiso)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5일의 순례길 구간 중 가장 많이 걸은 날이기도 하고, 알베르게에 가장 늦게 도착한 날이기도 합니다.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밥 먹고 나니까 9시가 훌쩍 넘어버리더라고요.

하지만 가장 많이 걸어서 힘들 법도 한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는지, 오히려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구간보다 쉽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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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팔라스 데 레이를 떠나면서 처음 발견한 거리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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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팔라스 데 레이의 아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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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팔라스 데 레이의 아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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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날씨 참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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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리바디소로 가는 길에 보인 안내도.

저희는 순례길 걸을 때, 처음에는 1시간 걷고 10분 쉬는 걸 원칙으로 하고 걸었습니다.

그래서 더 걸을 수 있거나, 더 버틸 수 있더라도, 무조건 1시간 정도 걸으면 10분씩 쉬곤 했습니다.

근데, 나중에는 걷다가 쉬고 싶으면 쉬어주고, 쉬는 시간은 원하는 만큼 쉬는 방법으로 걸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무리는 없었어요.

1시간보다 더 많이 걸은 구간도 있었고(대개는 그랬던 것 같아요), 1시간보다 덜 걸은 구간들도 있었지만, 원할 때 충분히 쉬어준다면 순례길 걷는 게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쉴 때는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어서 발을 말려주는 게 물집 예방에 좋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저희도 쉴 때, 신발 벗고 양말 벗는 건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꼬박꼬박 하고 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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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나무가 우거진 구간인데, 청량하니 좋았어요. AJ(좌)와 JM(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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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가는 길에 이런 늪지대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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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전에 비가 왔었는지, 물 웅덩이가 제법 길게 있네요. AJ(앞)와 JM(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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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다리 아래 흐르는 시원한 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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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멜리데(Melide), 점심 식사, 위 쪽은 라이스 리조또, 아래는 치즈 오믈렛과 야채

오렌지 주스 보이시죠?

이 오렌지 주스는 가게에서 직접 생 오렌지를 짜서 준 것입니다.

스페인은 발렌시아 지방에서 오렌지를 직접 생산하기도 하고, 스페인의 뜨거운 햇살 아래 자란 오렌지가 맛 좋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순례길 다니는 내내 점심 때 오렌지 주스를 시켜 먹었는데요.

이렇게 가게에서 직접 짜서 주는 오렌지 주스도 있고, 조그만 병 안에 파는 오렌지 주스도 있었어요.

직접 가게에서 짜서 주는 오렌지 주스는 그 맛이 기가 막히고, 일품입니다.

오렌지 자체가 맛있어서 그런지 수퍼에서 사먹는 일반 오렌지 주스도 맛있지만, 직접 생으로 짜서 주는 것 만큼은 아니지요.

만일, 순례길 위에서 들른 식당에서 오렌지 주스를 직접 짜서 판매하는 것 같다 그러면 주저하지 말고 드셔보세요.

생 오렌지 고유의 싱싱한 맛과 함께 새콤달콤한 맛에 반하게 되실거에요.

이런 주스 종류는 보통 3유로 내외의 가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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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멜리데(Melide), 점심 식사, 햄&베이컨 및 오믈렛

드디어 점심 식사를 할 시간입니다.

오늘은 지금껏 먹던 것과 좀 다른 점심을 먹어보자라는 마음에 시킨 음식들입니다.

점심 값도 그 동안 쓴 점심값들에 비해 거하게 지출했는데, 결과에는 그럭저럭 만족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순례길 위에서 먹었던 감자 튀김들은 어딜가도 맛이 괜찮았던 것 같아요.

야채들도 싱싱해서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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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멜리데(Melide), 점심 식사를 했던 도시

팔라스 데 레이에서 리바디소까지 가는 길에 있는 제법 큰 도시, 멜리데의 모습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도시도 크고 넓어서 도시 구경을 해 보고 싶단 생각에 여기서 이른 여장을 풀까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발걸음을 재촉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 도시를 빠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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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고요하게 흐르는 숲 속의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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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개울을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

멜리데에서의 아쉬움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이렇게 멋진 길들이 나타나 행복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날은 유독 숲 길이 많았고, 숲 속에 개울도 있고, 고즈넉한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마치 ‘빨강 머리 앤’이 거닐던 곳, 살던 곳, 놀던 곳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순례길이 순박하고 한적한 시골길이었다면, 팔라스 데 레이에서 리바디소로 가는 구간은 낭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로맨틱 로드’라는 생각이 물씬 듭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평화롭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순례길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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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탁 트인 초원과 숲, 그리고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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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짧은 터널 길, AJ(앞)와 JM(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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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돌에 그려진 태극기와 화살표.

이 터널을 터벅터벅 막 지나려 하는데, 왼쪽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 돌이 있어 가까이 가서 보니, 태극기와 순례길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더라고요.

어느 한국인 순례자가 힘든 길을 걷고 있을 다른 한국인 순례자들을 위로하듯, 격려하듯, 그려놓은 태극기가 아닐까요?

벽 같은 곳에 낙서를 해서 남의 나라 경관을 해친 것이 아니어서 좋았고, 부서진 자그마한 돌 위에 그린 작은 그림과 그 마음이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아시아인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더라고요.(한국인 제법 봤어요.)

일본인은 오래전에 많이 다녀갔고,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중국인들은 아직은 순례길을 잘 모르는지, 아니면 이런 여행에 관심이 없는 건지 안 보였고요.

유럽의 어딜 가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아시아 인이 중국인이었던 것에 반해, 순례길만큼은 중국인들을 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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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리바디소 도착하기 전에 지나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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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하는군요. BJ(좌)와 AJ(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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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팔라스 데 레이 ~ 리바디소, 리바디소 도착 전 마지막으로 본 거리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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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리바디소, 드디어 리바디소에 도착

스페인의 4월에는 해가 9시는 지나야 지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다소 늦은 시간까지 걸을 수도 있겠고, 걷는 데 여유를 줄 수도 있겠지요.

이 날은 낮에는 실컷 좋은 경치 구경하느라 좋았는데, 막상 저녁이 되자, 알베르게를 찾고 쉬어야 하는데 걷고 또 걸어도 잘만한 도시나 알베르게가 보이지 않아서 힘들었던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리바디소에 도착하게 되었고 하나의 알베르게를 발견했는데, 2인실, 4인실 등의 작은 규모 방은 다 나가고 2층 침대의 다인실만 남아있는 곳이었습니다.

원래 이 날의 목표는 아르주아(Arzua)였는데 이미 날이 많이 저문 상태여서 더는 갈 수 없을 듯 하여, 이 알베르게의 다인실에 묵게 되었습니다.

더 가고 싶은데 못 가서 아쉬운 마음을 읽었는지, 알베르게 주인과 우리 사이를 통역해 주던 외국인 순례자가 다음 도시는 3km 가량 더 가야 되고, ‘지금 여기서 묵는 게 좋을 거다.’ 라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그 외국인의 친절한 조언이 감사한 가운데, 이렇게 또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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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리바디소, 저녁 식사, 애피타이저, 스파게티와 믹스 샐러드(엔살라다 믹스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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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1 / 리바디소, 저녁 식사, 메인 요리, 베이컨&에그 및 돼지고기 구이

이 날도 ‘메뉴’ 요리를 먹었고, 28.5유로를 지출했습니다.

사실 ‘메뉴 요리’의 선택폭이 그리 다양하지 않아서 매일 먹게 되는 음식만 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질릴만큼 질리기도 했고, 한국 요리가 정말 많이 그리워 지더군요.

그래도 늘 ‘중박’은 하는 감자튀김에 만족하며, 알베르게로 가서 씻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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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리바디소에서 머문 알베르게, Albergue Los caminantes Horario

다인실에 외국인 순례자들이 정말 많이 있었고, 아무렇지 않게 속옷 차림으로 있는 사람들(여자포함)도 있었습니다.

10시 즈음되니 한 명이 나서서 자야하니 곧 불을 끄겠다라고 양해를 구합니다.

다들 잘 준비에 부산해지기 시작하고, 조금의 여유 시간을 주더니 정말 조금 지나니 불을 딱 꺼버리더군요.

이럴 때 유용한 게 랜턴이겠지요.

하지만 굳이 랜턴까지 켜가며 피곤한데 ‘뭔가’를 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같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인실은 이런 점이 불편할 수도 있겠고, 옆 사람의 소음(코골이, 바스락거리는 움직임)에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출발하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출발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새벽잠을 방해받아 힘들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과 한 공간에서 지내는 특별한 문화적 체험도 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니 한번쯤 경험해 볼만하다 여겨집니다.

To be continued…


오늘 간 길은 2 ~ 3 구간

Buen Camino!
Sarria ~ Santiago de Compostela | Arrangy.com (클릭하면 지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Buen Camino!

[산티아고로 가는 길] # 10. 리바디소에서 아르카 오 피노 가기 – 허브라이트

 


Fez

모로코 Fez 여행 계획,  Arrangy

왜 Arrangy 를 사용해야 할까요?  ‘여행의 시작 – Arrangy’ 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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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로 가는 길] # 8. 포르토마린에서 팔라스 데 레이 가기 – 허브라이트

[날짜] 2013년 4월 20일

[이동] 포르토마린(Portomarin) ~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 총 26.1km

[숙소] 이름 기억 안남(팔라스 데 레이)

[비용]

숙박비 – 45유로(트리플룸, 침대 3)

식비 – 4.4유로(물 값) + 19.2유로(점심) + 27유로(저녁, 메뉴 주문) ; 3인 합

[숙소의 장점]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화장실 및 욕실이 딸려 있어서 편리.

[숙소의 단점]

난방을 딱 저녁 때까지만 해주고, 그 이후론 방을 나갈 때까지 난방이 들어오지 않음.

오늘은 포르토마린에서부터 팔라스 데 레이까지 무려 26.1km를 걸어야 하는 날입니다.

어제보다 약 4km 가량 더 걸어야 하는 날이라서 시작부터 더 부담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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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7 / 포르토마린에서부터 팔라스 데이까지 안내 지도

전날의 여독이 풀리길 기대했지만, 몇 시간 수면을 취한 걸로는 어림도 없나 봅니다.

배낭을 메면서부터 어김없이 어깨며 등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허브라이트 크루가 아니지요.

포르토마린을 서서히 벗어나며 오늘의 목적지인 팔라스 데 레이까지 힘차게 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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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포르토마린을 빠져나가는 중, JM(좌)과 AJ(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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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포르토마린을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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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포르토마린, 포르토마린을 빠져나가면서 찍은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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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앞서 가는 AJ, 뒤에 가는 BJ.

포르토마린을 벗어나자마자 작은 산을 넘어야 하는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언덕 정상에서 AJ는 등과 어깨에 처음으로 스포츠 테이핑 요법을 시작했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붙이듯 구글링해서 붙이는 방법을 찾아 등과 어깨 여기저기에 테이프를 붙였는데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조금은 괜찮은 것 같긴 하더라고요.

무거운 걸 메고, 오래 걷는 다는 것, 말은 쉽지 보기 보다 정말 쉽지 않은 도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허브라이트 크루들은 함께 있었기에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으면서 밀어주고 끌어주며 순례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허브라이트 크루들! 그대들이 함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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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걸으면서 처음 발견한 오늘의 거리 이정표.

제 개인적 기억으론 이 두 번째 날이 가장 힘들었던 날로 기억되네요.

오르막길도 많이 있었고, 대체적으로 그늘 진 곳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걸어야 했고, 경치 감상할 산 길, 숲 길 이런 길이 아닌 도로변 길이 많았거든요.

무거운 배낭과 함께 무지막지하게 걸어대는 순례길에 몸이 채 적응하지 못했던 것도 힘들게 만든 원인이었던 것 같고요.

이 날은 AJ에겐 개인적으로 ‘나는 로봇이다.’ 라고 생각하고 기계적으로 이 악물고 버티며 걸을 수 밖에 없었던 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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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나름의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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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스페인의 넓은 초원

이날만큼은 정말 힘들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처음엔 힘들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꽉 채웠는데, 정말 나중에는 그 생각마저 없어지더니 나중엔 머리가 텅 비워지더라고요.

내 안에 있는 많은 무거운 것들을 비우고 싶다면 순례길을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우고 또 비우다 보면 어느 새 새로운 것들을 채워넣을 수 있는 공간이, 여유가 생기겠지요.

굳이 채워넣지 않더라도 생각을 비움에 따라 비로소 찾아오는 편안함과 자유 등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순례길은 비움과 새로운 채움, 또는 평화와 자유,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행복한 느낌을 자유로이 만끽하기엔 저희가 경험한 5일은 짧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장인이 경험하기에 적절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나중에 시간과 여건이 허락된다면, 조금은 긴 일정으로 또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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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뙤약볕 내리쬐는 도로변 길들, 정말 힘든 구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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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걷고 또 걸어갑니다. JM(좌)과 AJ(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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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오르고 또 오르다 뒤를 보며 찍은 사진, 완만해 보이지만 뜨거운 햇살아래 오르긴 힘든 구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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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온 몸의 근육이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이렇게 스트레칭을 하면 조금은 시원해 집니다. AJ(앞)와 BJ(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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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허브라이트 크루의 점심 식사(믹스 샐러드, 에그 & 햄 등), 총 19.2유로

어느 덧 점심 식사를 할 때가 되어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번에도 먹었던 믹스 샐러드(엔살라다 믹스타), 계란과 햄, 돼지고기 구이 요리 등을 시켰습니다.

믹스 샐러드는 생긴 건 저래 뵈어도 제법 맛은 괜찮더라고요.(물론 자주 먹으면 질리긴 합니다.)

순례길 위에서는 식당이 자주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되면 조금 더 가서 밥을 먹어야지, 할 게 아니라 그냥 들어가서 먹는 게 좋습니다.

저희도 ‘조금 더 가서 밥 먹자. 아직은 일러.’ 그랬다가 아~주 한참을 더 가서 식당을 찾은 배고픈 경험이 있었거든요. TT

식사 시간 즈음이 되었다 싶은데 식당이 보이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서 식사하세요! 🙂

저희는 보통 아침 9시를 전후해서 알베르게를 나와서 점심 식사는 1~2시 사이에 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도착하는 시간에 따라 매번 달랐는데, 보통 7시~9시 사이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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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쭉 뻗은 시원한, 아니 한 낮의 더운 길. 좌우로 핀 들꽃.

이 날은 언덕 오르면서 곳곳에 핀 들꽃들을 원없이 구경한 날이기도 합니다.

근데, 너무 힘이 드니까 나중엔 꽃들도 눈에 안 보이더라고요.

그저, 앞으로, 앞으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다리를 움직여 나아갈 뿐입니다.

너무 힘드니까 다들 말도 없어지고 그야말로 ‘침묵의 순례길’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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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조금은 특이한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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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AJ(좌)와 BJ(우)

걷고 걷다 드디어 이 날의 가장 힘든 부분이자, 가장 고도가 높았던 구간이 다가왔습니다.

지쳐 쓰러지듯 땡볕 아래 앉아서 쉬고 있는데, 얄미운 태양이 신기한 ‘햇무리’를 보여주더라고요.

그걸 보니 힘들고 지치기만 한 마음이 어느 정도 환기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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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가장 고도가 높았던, 힘들었던 부분. 적당히 쉴 만한 곳을 물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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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햇무리

신나게 햇무리를 구경하고 사진 찍으면서 지나가는 외국인 순례자들에게 보라고 알려줬더니, 다들 너무 신기해 하더라고요.

‘헤일로’ 사진이 잘 찍히냐고, 잘 찍었냐고 물으면서 한참을 구경하다 지나가더라고요.

가장 힘든 구간에서 정신없이 쉬는 와중에, 선물을 받은 기분이어서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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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한적한 시골길 같은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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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JM(좌)과 AJ(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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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질퍽한 진흙길.

저희보다 앞서 순례길을 다닌 사람들은 순례길 내내 비가 와서 고생들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희가 순례길을 걷는 5일 동안은 흐린 날씨 조차 없었던 맑은 날들이어서 참 복 받았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에 내렸던 비에 젖은 진흙땅이 나무들 때문에 햇볕을 못 봐서 마르지 못해서 여전히 진흙길인 구간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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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팔라스 데 레이, 팔라스 데 레이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본 거리 이정표.

드디어 팔라스 데 레이에 도착했습니다.

숙소를 골라서 짐부터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거리로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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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팔라스 데 레이, 저녁식사, ‘메뉴’ 요리 주문해서 나온 전채요리(애피타이저), 수프, 믹스 샐러드, 파스타, 하우스와인

이 날은 너무 힘들어서 왠만해서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AJ도 기꺼이 와인을 마시겠다고 나섰어요.

메뉴 요리를 시키면 주로 ‘애피타이저 + 메인 요리 + 후식 + 음료’ 이렇게 시킬 수 있는데, 음료는 주로 물이나 와인을 제공해요.

메뉴 요리는 보통 1인당 10유로 안팎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와인은 레스토랑에서 직접 담근 하우스 와인인 경우도 있고, 지역 와인일 수도 있고 그런데요.

보통은 와인을 시키면 인심좋게 병째로 가져다 주기 때문에 넉넉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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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팔라스 데 레이, 저녁 식사 메뉴 요리 중 메인 요리, 좌측부터 뿔뽀(문어요리), 생선찜, 돼지고기 구이.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하면서 ‘뿔뽀’ 라는 스페인 문어 요리가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순례길 가면 ‘뿔뽀’를 꼭 한 번은 먹어봐야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메인 요리 중에 뿔뽀가 있어서 선택했어요.

조리법의 이슈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던 뿔뽀의 맛을 못 느끼고 온 듯 하네요.TT

우선, 기름이 너무 많아서 그랬는지 전반적으로 양념이 잘 배지 않고 기름맛이 강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느끼했어요.

그리고 양념은 매콤한 맛이라도 있으면 견딜만 한데 그저 ‘짠맛’만 강하게 느껴졌고요.

생선찜 요리도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 요리법이었는지, 다시는 시키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

그나마 특별한 양념없이 구워 내놓으면 세계 어딜가도 그 맛이 비슷한 돼지고기는 먹을만 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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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0 / 팔라스 데 레이, 숙소 내부 전경, 트리플룸, 한참 짐 정리 중이라 지저분해요.

이번 숙소는 침대가 세 개인 트리플룸이었습니다.

화장실이 딸려 있어서 좋았던 방인데, 문제는 난방이었습니다.

숙소 딱 들어가니까 라디에이터가 따뜻해지기 시작해서 기분 좋게 따뜻하게 자겠구나 싶었는데요.

저녁 식사하고 들어와서 빨래 하고 짐정리 하다 보니까 라디에이터가 어느 새 차갑게 식은 거에요.

근데 아무리 라디에이터 조작을 해도 난방이 안 되는 상황이고, 주인은 이미 퇴근하고 없고요.

그래서 이 날 욕실에서 했던 빨래는 하나도 안 말라서 다음 날 무겁게 들고 다녀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네요.

순례길에 난방 안 되는 곳이 많다고 하더니, 이런 형태였나 봅니다.

침낭이 필요한 이유가 이런 이유일 수 있겠지요.

To be continued…


오늘 간 길은 1 ~ 2 구간 (주의:이번 구간은 지도와 좀 다름, Openstreetmap 정보 부정확)

Buen Camino!
Sarria ~ Santiago de Compostela | Arrangy.com (클릭하면 지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Buen Camino!

[산티아고로 가는 길] # 9. 팔라스 데 레이에서 리바디소 가기 – 허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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