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8일.
이날은 산티아고 순례길, 마드리드, 톨레도, 세고비아의 추억을 선사한 스페인을 떠나 스위스 그린델발트로 떠나는 날입니다.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드리드 공항 => 취리히 공항=> 취리히 공항역 => 베른 역 => 인터라켄 OST 역 => 그린덴발트 역
(Madrid Airport => Zurich Airport => Zurich Airport Station => Bern Station => Interlaken OST => Grindelwald)
- 사진: 2013. 4. 28 / 아이거 산(Mt. Eiger), 스위스 그린델발트(Grindelwald in Swiss)
한국 => 독일 => 프랑스 => 스페인 => 스위스 => 독일 => 한국
이런 식으로 여행 루트가 짜여졌다고 해 봅시다.
유럽 내에서는 ‘솅겐 조약(Schengen agreement)’을 맺은 국가들 사이에서는 여행할 때 입국 심사를 따로 하지 않습니다.
즉, 한국에서 독일로 최초 들어갈 때 입국심사를 받으면, 추후 프랑스나 스페인을 갈 때 입국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근데 스위스는 EU회원국이 아니니까 비솅겐 국가이지 않을까 하여 좀 걱정을 했더랬지요.
왜냐하면 AJ 같은 경우엔 이번 여행 때 독일 입국 시, 입국 심사를 무지하게 까다롭게 받았거든요.
‘여긴 왜 왔냐, 며칠 있다 갈 거냐, 다음 여행지는 어딘지 모두 얘기해라, 각각에서 얼마씩 묵을 거냐? 유럽 내에서 총 며칠을 있다 가는 거냐?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보여달라.’ 등등 한 5분 정도 했으려나요?
유럽에 동양인 여자 불법 체류자가 많은 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까다로운 입국 심사가 여행자로서 그리 달갑지는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JM은 그냥 쓱 한 번 훑어보고는 왜 왔냐 정도만 묻고 도장 찍어줬다고 하더라고요.
BJ는 이 얘기 듣더니 그 역시 저만큼 입국 심사가 까다로웠다면서 그냥 입국 심사원마다 다 다른 거 아니겠냐고 그러네요.
JM은 이 소리 듣더니 “내가 사람이 좋게 생겨보여서, 믿음직하게 생겨서 무사통과한 게 아닐까?” 이러고 있네요.
“착각은 자유라던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날씨도 더운데 기분이라도 좋아야지 싶어 착각하게 내버려두자 이러면서 어떤 심사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구나 라고 맘 편하게 생각하기로 결론을 내렸네요. 🙂
어쨌든 입국 심사 시 필요한 질문을 하는 건 당연한 절차이겠고, 그들은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겠지만 취조 받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심사 직원이 표정이라도 웃으며 맞아줬다면 이런 기분이 안 들었을텐데 완전 무표정에 간간히 찡그린 얼굴이라 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스위스 역시 입국 심사가 따로 없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스위스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솅겐 조약엔 가입한 국가더라고요.
솅겐 가입국가는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리히텐슈타인, 몰타,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 등 26개국입니다.(2012년 5월 기준)
- 사진: 2013. 4. 28 / 잠시 정차한 취리히 중앙역(Zurich HB)
취리히 공항역은 취리히 공항과 연결되어 있어 찾아가기에 용이합니다.
매표소로 가서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스위스 패스를 개시합니다.
스위스 패스는 스위스 내에서 기차, 버스, 트램 등의 대중교통 뿐만이 아니라 유람선까지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
산 정상까지 가는 산악열차나 케이블카도 최대 5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미술관과 전시관, 대부분의 고성들도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유용한 녀석이지요.
스위스 패스가 결코 저렴하다고는 볼 수 없는 만큼, 가려는 곳, 보려는 것들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각각의 티켓을 따로 구매하는 것과 꼼꼼히 비교해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지요.
스위스 패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 있으니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취리히 공항역에서 베른 역까지 한 1시간 20분~30분 정도 소요되었던 것 같네요.
베른 역에서 인터라켄 OST 역까지 기차를 갈아타고 가는데 한 5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인터라켄 OST에서 다시 그린델발트 역으로 가는 BOB 등산철도로 갈아타고 약 35분 정도 더 갑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라우터브룬넨(Lauterbunnen) 역으로 가는 기차가 그린델발트 역으로 가는 기차와 하나로 묶여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중간 기착지에서 두 기차가 나뉘어서 서로 다른 길로 가기 때문에 기차를 탈 때, 그린델발트로 가는 기차가 맞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타야합니다.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큰 호수가 있는 마을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큰 호수가 있는 마을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큰 호수가 있는 마을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큰 호수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그림 같은 풍경의 마을입니다.
날씨가 더 좋았더라면 환상적인 정취를 뽐내었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이런 마을에 살면 얼마나 삶이 얼마나 평온할까 1년에 한 달 쯤은 이런 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열심히, 미친듯이 일해서 한 달 휴가 좀 얻어봐야겠습니다. 🙂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 사진: 2013. 4. 28 / 지나쳐 간 인터라켄 West 역(Interlaken West)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산 위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장엄하고 아찔한 폭포입니다.
물길이 어떻게 저렇게 형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모습의 폭포를 구경하네요.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아이거 산(Mt. Eiger)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가는 길, 아이거 산(Mt. Eiger)
그린덴발트로 가까워지자 멀리 아이거 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 역(Grindelwald), 타고 온 BOB 등산열차
드디어 그린델발트에 도착했습니다.
우선은 호텔에 짐 부터 놔두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갈 생각입니다.
저희가 그린델발트에 있는 동안(3박 4일) 묵을 호텔은 Hotel Central Wolter 호텔로, 역에서도 가깝고 그린델발트 중앙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 위치 확인 – 클릭!)
1인실 스탠다드 싱글룸(300CHF, 3박)과 2인실 스탠다드 아파트(510CHF, 3박)에 묵었는데 객실은 깔끔하고 호텔 스태프도 매우 친절했습니다.
특히, 아파트는 복층으로 침실이 위에 있어 특이한 분위기에 취사도 가능하고, 공간이 넓어서 좋았습니다.
호텔 1층엔 레스토랑이 있는데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로 늘 북적이더라고요.
저희도 여기 레스토랑에서 두 번의 저녁 식사를 해봤는데, 맛이 근사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호텔 정면으로 아이거 산이 떡 하니 보여서 전망이 끝내줬습니다.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역에서 보는 그린델발트 풍경
여름의 그린델발트는 관광객들로 북적일지 모르겠으나, 저희가 간 4월 말의 그곳은 한산했습니다.
관광객들도 드문드문 있었고, 저녁 시간이 되니 거리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하더라고요.
사람 북적이고 활기 넘치는 시기의 그린델발트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그린델발트도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시기에 그린델발트를 찾는 것도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기상 상태나 날씨 여건이 좋지 않아 갈 수 없거나 볼 수 없는 것들도 좀 있는 시기이기도 해서 장단점이 분명 존재하긴 합니다.
4월 말의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는 올라갈 수는 있으나 전망대에서 밖을 보는 게 거의 불가능했고, 피르스트 전망대(First)는 갈 수조차 없었고, 쉴트호른(schilthorn) 역시 청명한 산의 풍경을 보긴 힘들었습니다.
- 사진: 2013. 4. 28 / 아이거 산, 그린델발트(Mt. Eiger, Grindelwald)
구름에 가려 그 대단한 위용의 전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만 봐도 정말 거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거 산이 수줍음을 벗고 제 모습을 완연히 드러내 보이면 또 어떤 느낌이 들지 기대가 됩니다.
- 사진: 2013. 4. 28 / 그린델발트(Grindelwald), 저녁식사
스페인에서 스위스로 오기까지 피곤하기도 했고, 입맛도 없어서 뭔가 입에 맞고 맛있는 걸 먹고 싶었습니다.
호텔 프런트 스태프가 정말 친절하길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봤었죠.
혹시 주변에 한식당 또는 중식당이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있겠냐고요.
그랬더니 한식당은 없는데 중식당은 있다고, 지금 하는지도 알아봐 주겠다고 하더니 해당 식당에 전화 걸어서 예약까지 잡아주더라고요.
호텔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의 중식당인데, 요리사와 서빙하는 사람들 모두 중국계분들 같더라고요.
드디어 입에 맞는 요리를 먹겠구나 하면서 잔뜩 요리를 시켰더랬죠.
탕수육에 볶음밥, 볶음면, 우면에 춘권까지, 원없이 배불리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먹던 중식요리의 맛과는 차이가 좀 있지만 그래도 다른 요리들에 비하면 훨씬 입맛에 맞았습니다.
거기다 중국 맥주인 칭따오까지 곁들이며 모처럼 배가 터질만큼 먹었던 저녁이었네요.
입에 맞는 음식으로 기분 좋게 식사한 뒤, 호텔로 돌아와 내일의 여정을 준비합니다.
내일은 뮈렌(Murren)의 쉴트호른 전망대(Schilthorn)를 가볼 예정입니다.
내일은 어떤 모습의 스위스를 보게 될지 기대가 되는군요.
To be continued…
[쉴트호른, 트뤼멜바흐 폭포를 보다] – 허브라이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