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http://blog.naver.com/happyfunky

(* 본 리뷰는 happyfunky님의 허락을 받고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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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가서 다 읽고 온 책.
여행가서 읽을 시간이 있을까 싶었지만,
아침잠이 없는 나는 언제나 남편보다 한시간쯤 일찍 일어났었다.
파도 소리만 들리는 테라스에 누워서 책을 읽는 맛 또한 내가 꿈 꿔 왔던 휴가의 모습이다.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뭔가 가슴에 남는 책을 고르려고 꽤 고심을 했었는데,
어느 정도 만족시킨 것 같다.
스무살의 요노스케가 겪는 1년간의 일기와도 같은 이 책은,
10년 전의 나와 오버랩 되어 잠깐씩 생각에 잠겨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책이었다.
대부분의 스무살은 서툴고 어설프며 자기 중심적이다.
책 밖으로 나와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요노스케의 모습이 그래서 더 낯설지 않았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새로운 도쿄생활, 엄마 아빠와 살았던 시골집을 벗어나 처음으로 맞닥드린 도시 생활은 때로 숨막히고, 때로 외롭기도 하겠지만,
다행히 요노스케는 소극적인 아니는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워낙 담담한 필체로 기술되어 있어서 강략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지내온 스무살과 비교해 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그런 것들. 우리의 인생이 언제나 기승전결로만 지니가는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시간들은 특별할 것 없이 그저그런 하루하루로 채워지니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발견들로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는 그런.
생각해보면 우리가 큰 결심을 하는 계기는 사실 아주 사소한,
어쩌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작은 만남, 스쳐가는 생각들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런 조각들을 모아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는 것이 우리들의 청춘이라는 생각.
그래서 그것이 어떤 것이든 경험은 소중한 것이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점.
인상깊은 구절
“당신 나쁜 점이 뭔 줄 알아요?’
“…뭔데요?”
“사람한테 마음 안주는 것. 울타리 튼튼하게 둘러치고 속내 안 보여주는 것”
그의 말이 진솔의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마음 안 주는 것?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잘 했다고 뽀뽀 안 해줘요?’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저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 서리 쓴다… 이렇게 말이디.”
남자의 말투..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익숙한 말투 때문에 책이 빨리 읽혔다.
책을 읽는 내내, 한 남자가 떠올랐다.
한동안 같이 일했었던,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증권사에 취직한 그 남자의 말투와 비슷하다.
반말과 존대말을 섞어 쓰고, 툭툭 내뱉는 말들.
무엇보다 자존심까지는 아닌데
말 속에 강단 같은 것이 느꺼지는 그런 말투 를 가진 사람.
그 사람과는 어떤 사적인 감정으로 엮인 적은 없었는데,
그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을 때,
연락하고 지낼 친구 한 사람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약간 좀 아쉬웠달까.
사실 그런 무심한 듯 던지는 말투가 매력적이긴 하다.
끈적대는 말투는 부담스러우니까.
그래서 그들의 연애를 지켜보고 있자니 나도 가끔 두근! 거릴 때가 있었다.
로맨스 소설은 다 그런가. 잘 모르겠다.
키스신이 많이 나온다. 야하거나 진하지 않은 인사 같은 키스신이.
그래서 더 실감난다 느낀지도 모른다. 연인들 사이에서 키스는 인사니까. ㅋ
스킨쉽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스킨쉽 때문에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건 뭐.. 이성으로 누르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니까.
남녀 주인공 모두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요즘 한참 방영 중인 스타의 연인 같은 그런 특이한 설정이 아니라
정말 내가 아는 사람들의 연애사 같은 그런 느낌의 이야기.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경우 어떤 그늘 같은 것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런 설정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겉으로 드러날 만큼 그늘이 있는 사람이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누구나 한가지쯤 말못할 사정 같은 것은 있겠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 하는 정도는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두 주인공은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아팠고 적당히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사람들.
아프기만 하면 피곤하지만 아팠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어딘가 건강하다.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날 출근해야되는데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특별한 기억. 이런 걸 쫌 일찍 경험했었더라면 인생이 더 즐거웠을텐데..ㅋ
간만에 따뜻하게 울고 웃었다.
이도우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