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장편소설

[Book Story]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 박주영 (문학동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었는데, 
읽고나니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서른 즈음의 여자들이 겪는 사랑에 관한, 결혼에 관한, 
연애에 관한 이야기들을 음식과 절묘하게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의 외모를 가늠하기 힘들고, 
캐릭터상 내가 봐 왔던 그 어떤 소설의 주인공보다 형편없는 것 같지만, 
그게 주인공 자신이 보는 그녀의 모습일테니, 자기 자신에게 냉정한 나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3년 사귄 남자친구와의 이별, 친구같던 어린시절 친구와의 만남. 
어쩐지 진부한 것 같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맞선이나 소개팅보다는 그런 류의 만남들이 더 많지 않은가. 
사랑의 기준이, 연애의 기준, 결혼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종이에 번호를 매겨가며 쓰듯이 딱딱 떨어지는 기준들이면 얼마나 명쾌할까마는, 
이럴 땐 항상 머리와 가슴과 입이 따로 논다.  
적절한 단어들 표현이 안되는 애매한 기준들. 
  
결혼이라는 것은 다된 밥들의 만남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다된 밥이어도 김치가 있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잘났으면 혼자 살아도 될 것을, 우리는 모두 부족함이 있으니 그 부족함을 채워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힘겨운 이 세상,  단 하나의 내 편 만들기.. 다시금 내 연애에 대해 생각해본다. 
 


(* 본 리뷰는 happyfunky님의 허락을 받고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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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주노 디아스 (문학동네)

오래도 걸렸다.. 거의 20일 정도 걸렸네. 
중간 중간 다른 책들도 좀 읽긴 했지만, 
뭐라 설명하긴 힘들고.. 
그냥 좀 마음이 저릿해. 
  
아, 문체가 참.. 현실적이야. 
고상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놀랄 수도 있겠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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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잘가요 언덕 – 차인표 (살림)

휴가에 읽을 책을 사놓지 못해서 그냥 집에 있는 것 중에 어렵지 않은 걸로 읽어보기로 했다. 
엄마가 사다 달라고 해서 사놨던 책이었는데 엄마는 아직 안 읽으셨다고 ㅋ 
  
강릉 가는 기차 안에서 다 읽었다 ㅎ 
차인표씨가 쓴 책이라고 해서 약간 어필이 되긴 했지만 그렇게 수려한 문체는 아닌 듯. 
그래도 난 체 하지 않는 소박한 글 솜씨는 일반인으로써 부러울 정도. 
전래동화를 읽은 것 같은 정겨움도 있고, 
스토리 자체가 슬프기 때문에 무거울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첫사랑의 아련한 느낌 같은 건 잘 살린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중간 등장하는 제비의 독백은 참으로 신선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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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랜덤하우스)


인상깊은 구절






넌, 늘 춘향 같은 마음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건은 복잡한 눈길로 그런 진솔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운한 듯 한, 아직은 화가 다 지워지지 않은 눈빛으로. 

“당신 나쁜 점이 뭔 줄 알아요?’ 

“…뭔데요?” 

“사람한테 마음 안주는 것. 울타리 튼튼하게 둘러치고 속내 안 보여주는 것” 

그의 말이 진솔의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마음 안 주는 것?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잘 했다고 뽀뽀 안 해줘요?’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저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 서리 쓴다… 이렇게 말이디.”





오랫만에 휴일이라 여유롭게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요량이었다.
수첩에 적어둔 목록이 있긴 있었는데, 막상 도서관에 가니 그 책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아서 그냥 잡히는대로 읽어보기로 했다.
하고 많은 책 중에 낡아빠진 갈색 양장 커버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어느 도서 싸이트에서 추천했던 것 같기도 해서 장르도 모르고,
대강의 스토리도 모른 채 읽기 시작했다.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한참 걸리겠다 싶었는데, 아 로맨스 소설이란 걸 처음 읽는 나로서는 이리도 집중력 있게 읽어내려갈 줄이야..ㅋ 
 

남자의 말투..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익숙한 말투 때문에 책이 빨리 읽혔다. 
책을 읽는 내내, 한 남자가 떠올랐다.
한동안 같이 일했었던,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증권사에 취직한 그 남자의 말투와 비슷하다.
반말과 존대말을 섞어 쓰고, 툭툭 내뱉는 말들.
무엇보다 자존심까지는 아닌데
말 속에 강단 같은 것이 느꺼지는 그런 말투 를 가진 사람.

그 사람과는 어떤 사적인 감정으로 엮인 적은 없었는데, 
그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을 때,
연락하고 지낼 친구 한 사람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약간 좀 아쉬웠달까.
사실 그런 무심한 듯 던지는 말투가 매력적이긴 하다.
끈적대는 말투는 부담스러우니까.
그래서 그들의 연애를 지켜보고 있자니 나도 가끔 두근! 거릴 때가 있었다. 
 

로맨스 소설은 다 그런가. 잘 모르겠다. 
키스신이 많이 나온다. 야하거나 진하지 않은 인사 같은 키스신이.
그래서 더 실감난다 느낀지도 모른다. 연인들 사이에서 키스는 인사니까. ㅋ
스킨쉽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스킨쉽 때문에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건 뭐.. 이성으로 누르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니까.
남녀 주인공 모두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요즘 한참 방영 중인 스타의 연인 같은 그런 특이한 설정이 아니라 
정말 내가 아는 사람들의 연애사 같은 그런 느낌의 이야기.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경우 어떤 그늘 같은 것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런 설정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겉으로 드러날 만큼 그늘이 있는 사람이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누구나 한가지쯤 말못할 사정 같은 것은 있겠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 하는 정도는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두 주인공은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아팠고 적당히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사람들.
아프기만 하면 피곤하지만 아팠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어딘가 건강하다.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날 출근해야되는데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특별한 기억. 이런 걸 쫌 일찍 경험했었더라면 인생이 더 즐거웠을텐데..ㅋ
간만에 따뜻하게 울고 웃었다. 
 

이도우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찾아봐야겠다.




(* 본 리뷰는 happyfunky님의 허락을 받고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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