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사두고 몇장 읽다가 어려워서 책장에 꽂아만 놓고 까먹고 있던 책인데,
그냥 왠지 읽고 싶어져서 다시 잡았다.
초반에는 번역이 너무나 직역으로 되어 있어서
도무지 이 말은 무슨 뜻일까 고민하면서 읽었는데,
중반 넘어가니 조금 이해도 되고 공감도 많이 되었던 책.
알랭 드 보통씨의 책은 항상 나를 머리아프게 만들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네 ㅎㅎ
적어두고 싶은 구절도 꽤 있고.
무엇보다 머릿 속에만 맴돌고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Detail 한 묘사가 맘에 들어!
책 중에서..
1. 그것은 우리가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방에 라디오를 틀고 들어온 후에,
조용함이란 오직 특정한 주파수에만 존재하 는 것이며,
사실은 처음부터 이 방에 우크라이나의 방송국이나
소형 콜택시 회사의 야간통신에서 나오는 소리의 물결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는 하늘의 음영, 표정의 변화무쌍함, 친구의 위선,
또는 이전에는 슬퍼할 줄도 몰랐던 어느 상황 속에
숨겨진 슬픔에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자신만의 발달된 감수성으로
우리를 예민하게 하고 우리의 숨겨진 촉각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2. 모든 우정은 명백히 어느 정도는 신실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는 데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우정이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서 추구되는,
애정과 솔직힌 표현이라는 두 가지 상숩적으로 충돌하는 목적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프루스트가 이러한 이중의 목적을 한계점까지 밀고 나가
친교에 대한 고유한 접근법을 개발했던 것은
그가 특별히 솔직하고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접근법은 애정의 추구와 진실의 추구가 간혹 불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는 친교의 목적 을 훨씬 더 좁게 파악하는 것을 의마했다.
친교는 로르와 즐겁게 교류하기 위한 것이지,
몰리에르에게 그가 재미 없다고 말하고,
안나 드 노아이유에게 그녀가 시를 쓸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이는 이러한 개념이
프로스트를 훨씬 더 못한 친구로 만들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역설적으로 애정과 진실의 이 근본적인 분리는
그가 더 좋은, 더 충직한, 더 매력적인 친구이자
더 정직한, 더 심오한, 더 감정적이지 않은 사상가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p.174)
3.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의 관념 속에
찬장 위의 빵을 놓을 자리를 만들길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
봄이 문제가 아 니라 봄을 그린 화가가 문제라는 것.
기억의 대상보다는 기억 자체를 비난할 것.
살리냑페넬롱 드 클레르몽 토네 르 백작 같은 사람을 소개받았을 때
기대를 많이 하지 말 것.
직함이 별로 근사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 들이 철자법을 틀리거나 제정기 프랑스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 있어도
고치려고 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