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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 – 남인숙 (랜덤하우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의 저자 남인숙 님의 신간이 나왔다.
워낙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작가여서 기대를 조금 했다.
 
‘떠난다’ 는 것은 여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특히나 관계를 중시하는 여자들의 성향에서 익숙해진 것들을 떠나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것이 굉장한 모험이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도전’ 이나 ‘시작’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일 수도 있고, 
항상 그 시작에서 주춤대는 것도 여자들의 습성인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직장생활에서도 몇번을 옮겼느냐가 능력의 또 다른 척도로 여겨지고 있기도 한 점을 생각해볼 때,
‘떠남’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질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끊어낼 수 있는’ 용기와 ‘시작할 수 있는’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야한 다는 생각이다.
 
최근에 새롭게 환경을 바꾼 나로서는 이런 얘기가 약간 와닿지 않기도 하지만,
어쨋든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항상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하는 Theme 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은 멘토-멘티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점점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정말 내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멘토’를 만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가 하는 부분이다.
멘토링 붐 (Mentoring Boom)이라 할 정도로 많이 퍼지긴 했지만,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나부터도 내 멘토를 찾지 못했으니 말이다. 
회사에서 무작정 부서 상사를 멘토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멘토링의 의미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멘토의 Role이 주어지면.. 잘할 수 있을까?
그런 교육부터 선행되야할 것인데, 그런데 돈을 쓸 회사는 얼마나 되며, 개인은 있기나 할까. 

그래서 나는 주인공이 살짝 부러웠다.
요즘 들어 ‘질투는 나의 힘’ 이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나를 자극하기에 ‘질투’만큼 좋은 건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를 흔들어놓을 만큼 자극적인 상대를 만난다는 것 또한 행운이 아닐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나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떠나보는 것..  그것이 시작이 될 것이다! 





(* 본 리뷰는 happyfunky님의 허락을 받고 게시되었습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ppyfunky

  
  
 

[Book Story]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랜덤하우스)


인상깊은 구절






넌, 늘 춘향 같은 마음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건은 복잡한 눈길로 그런 진솔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운한 듯 한, 아직은 화가 다 지워지지 않은 눈빛으로. 

“당신 나쁜 점이 뭔 줄 알아요?’ 

“…뭔데요?” 

“사람한테 마음 안주는 것. 울타리 튼튼하게 둘러치고 속내 안 보여주는 것” 

그의 말이 진솔의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마음 안 주는 것?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잘 했다고 뽀뽀 안 해줘요?’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저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 서리 쓴다… 이렇게 말이디.”





오랫만에 휴일이라 여유롭게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요량이었다.
수첩에 적어둔 목록이 있긴 있었는데, 막상 도서관에 가니 그 책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아서 그냥 잡히는대로 읽어보기로 했다.
하고 많은 책 중에 낡아빠진 갈색 양장 커버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어느 도서 싸이트에서 추천했던 것 같기도 해서 장르도 모르고,
대강의 스토리도 모른 채 읽기 시작했다.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한참 걸리겠다 싶었는데, 아 로맨스 소설이란 걸 처음 읽는 나로서는 이리도 집중력 있게 읽어내려갈 줄이야..ㅋ 
 

남자의 말투..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익숙한 말투 때문에 책이 빨리 읽혔다. 
책을 읽는 내내, 한 남자가 떠올랐다.
한동안 같이 일했었던,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증권사에 취직한 그 남자의 말투와 비슷하다.
반말과 존대말을 섞어 쓰고, 툭툭 내뱉는 말들.
무엇보다 자존심까지는 아닌데
말 속에 강단 같은 것이 느꺼지는 그런 말투 를 가진 사람.

그 사람과는 어떤 사적인 감정으로 엮인 적은 없었는데, 
그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을 때,
연락하고 지낼 친구 한 사람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약간 좀 아쉬웠달까.
사실 그런 무심한 듯 던지는 말투가 매력적이긴 하다.
끈적대는 말투는 부담스러우니까.
그래서 그들의 연애를 지켜보고 있자니 나도 가끔 두근! 거릴 때가 있었다. 
 

로맨스 소설은 다 그런가. 잘 모르겠다. 
키스신이 많이 나온다. 야하거나 진하지 않은 인사 같은 키스신이.
그래서 더 실감난다 느낀지도 모른다. 연인들 사이에서 키스는 인사니까. ㅋ
스킨쉽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스킨쉽 때문에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건 뭐.. 이성으로 누르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니까.
남녀 주인공 모두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요즘 한참 방영 중인 스타의 연인 같은 그런 특이한 설정이 아니라 
정말 내가 아는 사람들의 연애사 같은 그런 느낌의 이야기.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경우 어떤 그늘 같은 것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런 설정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겉으로 드러날 만큼 그늘이 있는 사람이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누구나 한가지쯤 말못할 사정 같은 것은 있겠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 하는 정도는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두 주인공은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아팠고 적당히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사람들.
아프기만 하면 피곤하지만 아팠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어딘가 건강하다.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날 출근해야되는데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특별한 기억. 이런 걸 쫌 일찍 경험했었더라면 인생이 더 즐거웠을텐데..ㅋ
간만에 따뜻하게 울고 웃었다. 
 

이도우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찾아봐야겠다.




(* 본 리뷰는 happyfunky님의 허락을 받고 게시되었습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ppyfun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