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로 가는 길] # 12. 산티아고 둘러보며 피니스테라 가기 – 허브라이트

이 날은 호텔 체크아웃하면서 짐을 맡겨놓고, 성당가서 순례자 미사를 드릴 예정입니다.

이후 피니스테레(Finisterre)를 둘러보고, 다시 산티아고 돌아와서 호텔에서 짐을 찾은 뒤, 공항가서 라이언 에어를 타고 마드리드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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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산티아고 파라도르 호텔(Hotel Paradore) 조식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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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산티아고 파라도르 호텔(Hotel Paradore)  조식 뷔페.

 

허브라이트 크루들이 묵었던 산티아고 성당 우측에 있는 파라도르 호텔(Hotel Paradore)의 조식 뷔페입니다.

생과일 주스(딸기, 키위 등)도 맛있었고, 음식 종류도 많고, 제법 먹을만했던, 맛있던 조식 뷔페였습니다.

힘들었던 순례길의 피로가 이 호텔에 묵으면서 싹 씻겨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희는 예약 없이 그냥 가서 숙박한 케이스인데, 이 정도 좋은 호텔이라면 여름 같은 성수기 때는 어떨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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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파라도르 호텔 싱글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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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파라도르 호텔 싱글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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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파라도르 호텔 더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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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파라도르 호텔 더블룸 욕실 내부

 

욕실 및 화장실도 넓은 편이고 무엇보다 창으로 햇살이 잔뜩 들어와서 아주 기분 좋은 욕실입니다.

소파나 의자들도 푹신하고, 침대도 아주 아늑하고 쾌적했습니다.

이 호텔을 선택한데는 산티아고 대성당 우측(성당 등지고 우측)에 바로 있어 가까워 빨리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도 한 몫 했습니다.

힘들게 짐 들고 어디서 묵을지 산티아고 시내를 이곳저곳 뒤지느니 보이는 곳에서 바로 편하게 묵자 이런 생각이었지요.

산티아고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기쁨과 안도감에 눈 딱 감고 호텔을 지를 용기가 생겼나 봅니다.

힘든 길을 이겨낸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 선물일 수도 있겠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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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3 / 파라도르 호텔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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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3 / 파라도르 호텔 내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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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3 / 파라도르 호텔, 위에서 본 호텔 안.

 

파라도르 호텔은 매우 유서가 깊은 호텔로, 호텔에 담긴 역사를 따라 돌며 투어를 해도 될 정도의 호텔입니다.

호텔 곳곳에 놓여 있는 각종 그림이나 물품들 모두가 한 역사를 자랑하는 것들입니다.

호텔 내부에 정원도 있고 고즈넉해서 산책하기에도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텔을 좀 더 느긋하게 둘러볼 시간이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다음에 산티아고 갈 일 있으면 또 묵고 싶은 호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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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7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시내 간편 지도

 

산티아고 성당에서 순례자 미사도 봐야하고, 피니스테레도 갈 예정이라 짐을 들고 다니기가 불편합니다.

체크아웃하면서 짐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프론트에 물어보니 흔쾌히 맡아주겠다고 합니다.

더불어 피니스테레까지 갈 수 있는 교통편을 문의했더니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합니다.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가 저녁 때 공항에도 가야되어서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호텔에서 택시를 예약하고 성당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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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산티아고 대성당, 순례자 미사(Pilgrim’s Mass)

 

산티아고 시내에서 이것저것 기념품을 사느라 미사 시작 전 10분 전쯤 들어갔는데, 이미 자리는 꽉 차 앉을 곳이 없습니다.

셋 중 AJ만 천주교 신자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무사히 마친 순례자들에겐 종교 불문하고 이 미사가 꽤 의미가 깊은 미사입니다.

미사 도중에 전날 순례를 무사히 마친 순례자들을 축복하는 시간이 있거든요.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의 국적을 하나하나 얘기하며 긴 시간 동안 축복해 줍니다.

정말 뿌듯한 순간이기도 하고, 천주교 신자인 AJ에겐 뜻깊은 미사이기도 합니다.

이 어렵고 힘든 순례길을 좋은 날씨에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축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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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산티아고 대성당, 파이프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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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산티아고 대성당, 세계에서 가장 큰 향로(Botafumeiro)

 

이 날은 세계에서 가장 큰 향로(Bota Fumeiro)를 볼 수 있는 아주 운 좋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마침 이 날 순례자 미사는 스페인 전역의 알베르게 관련한 사람들을 위한 미사이기도 했습니다.

알베르게 관련 사람들의 세미나가 며칠간 산티아고에서 있었는데, 이 날은 그 마지막날로, 성당에서 그들을 위해 특별히 이 향로를 보였습니다.

열 명 가까이 되는 수사님들이 이 향로를 구동시키기 위해 긴 줄을 합심해 잡아당기고 마침내 진자운동을 하게 된 향로가 그 그윽한 향을 성당 가득히 내뿜으며 화려하게 비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장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런 좀처럼 보기 힘든 것까지 볼 수 있었으니 허브라이트 크루들은 얼마나 복을 받은 겁니까. 🙂

* 동영상: 2013. 4. 24 / 산티아고 대성당 향로 미사(Mass with Botafumeiro in Cathedral of Santiago de Compostela)

 

여기서 잠깐! 순례증명서 받을 때의 에피소드를 얘기해 볼까요?

저희는 산티아고 도착해서 순례증명서를 받을 때까지 몰랐던 사실인데요.

스탬프는 한 구간(1일 동안 걷는 거리)에서 최소 2개 이상 받아야 한다더라고요.

저흰 그걸 몰라서 착실하게 저녁 때 묵는 숙소인 ‘알베르게’ 에서만 받았거든요.

근데 그걸로는 도중에 택시 등의 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정말 걸어왔는지를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겠죠.

그래서 저흰 정말 힘들게 걸었는데 순례증명서 발급 못 받는 줄 알고 놀랐습니다.

발급해 달라고 빌어야 하나, 어떻게 120km 가까이를 걸어왔다고 설명해야 할까, 만감이 복잡하게 머리 속에서 교차하더라고요.

다행히 증명서 발급해 주는 친절한 스태프가 다음부터는 2개 이상씩 받으라는 조언을 해주며 발급해 주더라고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발급 안 해줄래야 안 해 줄 수 없는게, 저희 셋 다 얼굴이 많이 탔거든요.

특히 AJ가 많이 탔지요.

그렇게 탄 얼굴을 보고, 누가 걷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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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피니스테레(finisterre)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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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피니스테레에 있는 건물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순례자 미사를 마친 후, 호텔로 돌아와 대기 중이던 택시를 탔습니다.

성당에서 호텔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이런 게 참 편하고 좋더군요.

스페인 서쪽 끝이 어떤 곳인지도 궁금하고, 실제 순례길의 끝(0km)이 어디인지도 가봐야겠고, 순례길을 함께 해 준 녀석들을 뜻깊게 보내고 싶단 생각에 찾아간 피니스테레입니다. 드넓은 바다가 보는 이의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스페인의 서쪽 끝 피니스테레.

산티아고에서 차로 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니 그리 멀진 않다고 볼 수 있겠지요.

저희는 이곳에서 순례길을 함께 했던 물품들(수건과 양말)을 태우면서 좋은 날씨에서 무사히 순례를 끝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스페인의 드넓은 서쪽 바다를 마음에 품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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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피니스테레, 0km를 찍다, 좌측부터 BJ, AJ,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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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피니스테레

 

산티아고 순례길이 성 야고보 성인을 기리는 길이라고 들어 알고 있는데, 이 석벽 속의 부조는 성 야고보 성인이겠지요?

피니스테레에 왔다는 사실에 감격한 나머지, ‘당연히 성 야고보 성인일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확인은 하지 않고 왔네요.

뭐, 다음에 다시 와서 확인하라는 신의 계시이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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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피니스테레, 바다와 삽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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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피니스테레, 홀연히 놓여있는 신발 한 짝 동상

 

바다를 향하고 있는 신발 한 짝 동상.

바다를 그리워 하는 마음 한 조각을 남겨두고 떠난 것 같은 애달픔이 느껴지는 신발 한 짝이었습니다.

바다를 그리워 하는 게 아니라면, 순례길을 무사히 마친 강인한 자신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일까요?

사람마다 이 신발을 보고 느끼는 감상은 다 제각각이겠지만, 저는 저런 생각들이 들었네요.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들을 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 진짜 신발이 아닌 진짜 신발처럼 보이는 ‘동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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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피니스테레, 수건과 양말을 태우다(아래의 신발은 저희 것 아니에요)

 

불을 붙이기 위해 피니스테레 매점에서 라이터를 사긴 했는데, 비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일 저희처럼 피니스테레에서 뭔가를 태우고 싶다면, 라이터 있는 분들은 미리 준비해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순례길에 동거동락했던 물건들도 보내고, 가만히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지난 5일간의 순례길을 정리했습니다.

전날 산티아고 시내 수퍼에서 산 오렌지와 과자를 먹으면서 가만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시원한 기분이 들어 좋더라고요.

비행기 시간만 아니면 좀 더 있다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저녁 비행기로 마드리드에 가야해서, 아쉬움을 접고 산티아고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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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3 / 산티아고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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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3 / 산티아고 시내, 수퍼 근처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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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내려다 본 오브라도이로 광장(Praza Obrado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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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3 / 오브라도이로 광장(Praza Obradoiro)

 

막 순례를 끝낸 순례자들이나 광장을 찾은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편하게 모여 앉아 쉽니다.

저희도 이 광장 그늘에 한참을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햇볕 아래 서 있으면 꽤 더운 스페인의 한낮 날씨에도 이 그늘 속의 광장에 앉아 있으면 바람도 서늘하게 불고 시원해서 아주 좋습니다.

지나가던 어떤 부부는 저희를 보고는 순례를 마치고 오는 거냐? 니들 대단하다,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고요.

어떤 말도 안 통하는 스페인 할아버지는 자신이 쓴 책이라면서 책을 보여주며 한참 설명을 해주는데(스페인어입니다. ㅠ.ㅠ) 나중엔 안 통하는 말이지만 JM과 마구 껴안으며 서로 인사하며 헤어졌던 기억도 있네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정’ 같은 게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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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3 / 산티아고 시내, 해질녘의 산티아고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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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3 / 해질녘의 산티아고 대성당과 뒤에 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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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산티아고 시내, 공항버스 타는 곳

 

순례자 미사도 봤고, 피니스테레도 갔다오면서 순례길을 의미있게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산티아고를 뒤로 하고,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가야합니다.

올 때처럼 마드리드에는 라이언 에어를 타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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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2013. 4. 24 / 산티아고 공항, 마드리드 행 라이언 에어

 

이렇게 산티아고 순례일정은 끝이 났습니다.

1주일을 예상했던 순례길이 5일만에 끝낼 수 있게 되어서, 스페인에서 여유 시간이 좀 더 생겼습니다.

오늘 저녁에 마드리드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내일부터는 쉬엄쉬엄 마드리드도 돌아보고, 톨레도와 세고비아도 다녀볼까 합니다.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으며 자신과 조우할 수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기회가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과감히 떠나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Buen Camino!

 

[산티아고로 가는 길] # (번외편) 산티아고 순례길 숙소 및 비용 요약 정보 – 허브라이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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