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3년 4월 22일
[이동] 리바디소(Ribadiso) ~ 아르카 오 피노(Arca O Pino); 22.2km
[숙소] Pension Maribel
[비용]
숙박비 – 70유로[30유로(싱글베드, 1인실) + 40유로(더블베드, 2인실)]
식비 – 44.04유로[5.24유로(물, 오렌지주스, 딸기, 오렌지, 아르주아(Arzua) 수퍼) + 14.5유로(점심) + 24.3유로(저녁재료 + 물, 아르카 오 피노 수퍼)]
기타 – 10유로(세탁 및 건조)
[숙소의 장점]
깔끔함, 아늑함, 따뜻함, 여유로운 공간과 개별 욕실
[숙소의 단점]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방에서 요리 도구들이 많지 않거나 노후되었고 취사를 함에 있어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음
- 사진: 2013. 4. 7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까지 가는 길을 보여주는 맵
이날은 리바디소에서 아르카 오 피노까지 22.2km를 걷는 구간으로, 전날 걸었던 팔라스 데 레이에서 리바디소까지의 26.4km 구간보다 짧아서 출발할 때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길 떠날 준비를 하는 다른 순례자들 때문에 일찍 깰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조용히 준비한다고 해도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자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깰 수 밖에 없겠지요.
덕분에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출발할 수 있었던 것 같지만, 이른 새벽부터 다른 순례자들의 움직임 때문에 잠을 방해받을 수 밖에 없는 다인실 알베르게의 구조이기 때문에 다인실 알베르게에 묵을 때는 그런 점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리바디소를 떠나면서 처음 발견한 거리 이정표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리바디소를 떠나면서 보이는 전원적인 스페인의 풍경
- 사진: 2013. 4. 22 / 아르주아, 길 바닥에 표시된 순례자의 길 표시.
리바디소에서 3km 정도만 가면 아르주아(Arzua)라는 제법 큰 도시가 나타납니다.
원래 전날 리바디소에서 머물지 않고, 아르주아까지 가려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어 리바디소에서 묵을 수 밖에 없었지요.
아르주아에서는 수퍼에 들러 물과 오렌지 주스, 가면서 간단히 먹을 오렌지와 딸기를 샀습니다.
스페인의 딸기 맛이 다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곳의 이 딸기 맛이 그랬던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딸기가 참 쓰거나 시고 맛이 없었습니다.
생긴 건 정말 맛있게 생겼거든요.
반면에 오렌지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스페인에서 오렌지를 먹는 건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가장 높은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사진: 2013. 4. 22 / 아르주아, 아르주아로 들어서는 길
- 사진: 2013. 4. 22 / 아르주아, 아르주아의 한 수퍼, AJ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BJ(좌)와 AJ(우)
순례길 4일차 정도 되니까 배낭 무게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고, 많이 걷는 것에도 적응이 되더군요.
순례길 걷기 시작해서 초반의 며칠 정도 힘들게 적응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순례길 걷는 게 제법 편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는 순례길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함께 다니는 동료들과 여유롭게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되고, 주변의 풍경들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3일차 때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힘든 것을 잊을 수 있게 되면서 몸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AJ(앞)와 한 외국인 순례자(뒤)
순례길을 다니다 보면 허브라이트 크루들처럼 무리지어 다니는 팀들도 보이고, 위의 사진처럼 혼자 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아직까지는 여자 혼자 여행해도 안전한 여행지라고 하더라고요.
직접 걸어보니, 밤 늦게 다니거나 새벽 일찍 다니는 거 아니라면 여자 혼자 다녀도 제법 안전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자전거를 탄 순례자
저런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고 순례길을 다니는 순례자들도 제법 보였습니다.
장비가 하나 같이 자전거 양 옆으로 배낭 같은 것이 달려 있어 수납할 수 있고, 뒤에 나머지 물품들을 간단하게 싣는 구조입니다.
내리막길에선 자전거가 정말 부러웠는데, 오르막길에서는 도보보다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 방법이든 원하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편한 방법으로 순례를 하면 되겠지요.
도보로 순례길을 걸을 때는 100km 이상, 자전거로 순례길을 갈 때는 200km 이상을 다니면 순례자 증명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멀찍이 가는 JM(좌)과 AJ(우)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시원하게 흐르는 개천물
가는 길에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샌드위치가 어찌나 크던지, AJ는 반쪽 밖에 못 먹었습니다.
맛은…음… 어디 한국만한 곳이 있겠습니까? 🙂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가던 길에 발견한 도로 이정표
허브라이트 크루들은 산티아고 공항에서 루고로 버스 타고 가서 루고에서 다시 사리아로 간 뒤, 순례길 여정을 시작했지요.
산티아고 공항에서 루고까지 버스를 타고 간 도로가 바로 이 도로입니다.
버스 안에서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곳곳에서 봤는데, 이 도로변 같은 곳에 있던 순례자들이었나봅니다.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JM(앞)과 AJ(뒤), 도로 밑을 통과하는 길.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도로 밑 작은 터널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도로 밑 터널을 지나 들어선 숲, 토끼
도로 밑 터널을 지나 조금 더 가니 숲이 보이기 시작하고, 작은 토끼가 저희들을 마중나왔습니다.
한참을 사진찍어도 도망가지 않고 예쁘게 모델을 해 준,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야생토끼가 신기하고 귀여웠습니다.
- 사진: 2013. 4. 22 / 리바디소 ~ 아르카 오 피노, AJ(좌)와 JM(우)
- 사진: 2013. 4. 22 / 아르카 오 피노, 숲을 빠져나오니 보이는 아르카 오 피노
- 사진: 2013. 4. 22 / 아르카 오 피노, 아르카 오 피노의 쌍둥이 집
- 사진: 2013. 4. 22 / 아르카 오 피노, 아르카 오 피노로 들어서면서 발견한 마지막 거리 이정표
- 사진: 2013. 4. 22 / 아르카 오 피노, 이 날 묵은 Pension Maribel
- 사진: 2013. 4. 22 / 아르카 오 피노, 수퍼에서 산 해물 빠에야 재료
이 날 저녁은 스페인 요리, ‘빠에야’에 직접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매일 먹는 ‘메뉴’ 요리에 질릴 대로 질린 허브라이트 크루들은 빠에야를 직접 만들어 먹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해물 빠에야 재료를 골랐고, 작은 쌀도 샀습니다.
- 사진: 2013. 4. 22 / 아르카 오 피노, 해물 빠에야 만드는 과정
일단 빠에야 재료와 물을 함께 넣고 끓이기 시작합니다.
끓기 시작하면 위에 보이는(arroz sos) 쌀을 넣으면 됩니다.
- 사진: 2013. 4. 22 / 아르카 오 피노, 미리 씻어둔 쌀을 빠에야 재료에 넣는 BJ
익힌 쌀이 아닌 생쌀을 넣는 것이라 빠에야 국물 안에서 오~랜 시간을 익혀 주어야 합니다.
불을 세게 하면 국물이 졸아들거나 쌀이 타고, 그렇다고 약불에 익혀주자니 쌀이 여간해선 잘 안 익습니다.
배는 고프고, 피곤한데 밥은 빨리 안 되고 참으로 고역이더군요.
게다가 국물이 계속 졸아들고 쌀은 안 익으니 물을 계속 붓다 보니 간도 싱겁고 어딘가 많이 부족한 맛이 납니다.
그래서 주방에 있던 카레 가루도 넣어봤는데도 2% 부족합니다.
마지막에 한국에서 준비해온 라면 스프를 넣었더니, 딱! 맛있게, 우리 입맛에 딱 맞는 해물 빠에야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라면 스프가 유용하니 챙길 수 있으면 챙겨가라는 얘기들을 하나 봅니다.
물론 부분부분 쌀이 덜 익긴 했지만, 입에 안 맞는 ‘메뉴’ 요리에 비하면 ‘천국의 맛’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 사진: 2013. 4. 22 / 아르카 오 피노, 빠에야와 함께 먹을 반찬과 맥주
하몽(스페인식 햄)과 참치, 그리고 맥주와 함께 밥을 먹을 준비를 했습니다.
참치는 정말 담백하고 양도 많고 맛있었는데 하몽의 경우, JM은 그럭저럭 먹었는데 BJ는 별로 즐기지 않았고, AJ는 냄새에 질려 아예 손도 못 댔습니다.
하몽의 경우는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릴 만한 음식이란 생각이 드네요.
- 사진: 2013. 4. 22 / 아르카 오 피노, 완성된 해물 빠에야
보기에도 먹음직 스럽고, 실제 먹었어도 아주 만족스러운 맛이었습니다.
물론 ‘라면 스프’가 없었더라면 ‘재앙’에 가까운 맛이었겠다 싶지만, 다행히 저희에겐 구세주 ‘라면스프’가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고 대망의 산티아고로 향하는 마지막 길이 남았습니다.
To be continued…
오늘 간 길은 3 ~ 4 구간
Buen Camino!
[산티아고로 가는 길] # 11. 아르카 오 피노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가기 – 허브라이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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