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3년 4월 20일
[이동] 포르토마린(Portomarin) ~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 총 26.1km
[숙소] 이름 기억 안남(팔라스 데 레이)
[비용]
숙박비 – 45유로(트리플룸, 침대 3)
식비 – 4.4유로(물 값) + 19.2유로(점심) + 27유로(저녁, 메뉴 주문) ; 3인 합
[숙소의 장점]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화장실 및 욕실이 딸려 있어서 편리.
[숙소의 단점]
난방을 딱 저녁 때까지만 해주고, 그 이후론 방을 나갈 때까지 난방이 들어오지 않음.
오늘은 포르토마린에서부터 팔라스 데 레이까지 무려 26.1km를 걸어야 하는 날입니다.
어제보다 약 4km 가량 더 걸어야 하는 날이라서 시작부터 더 부담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 사진: 2013. 4. 7 / 포르토마린에서부터 팔라스 데이까지 안내 지도
전날의 여독이 풀리길 기대했지만, 몇 시간 수면을 취한 걸로는 어림도 없나 봅니다.
배낭을 메면서부터 어김없이 어깨며 등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허브라이트 크루가 아니지요.
포르토마린을 서서히 벗어나며 오늘의 목적지인 팔라스 데 레이까지 힘차게 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포르토마린을 빠져나가는 중, JM(좌)과 AJ(우)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포르토마린을 나가며.
- 사진: 포르토마린, 포르토마린을 빠져나가면서 찍은 마을 풍경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앞서 가는 AJ, 뒤에 가는 BJ.
포르토마린을 벗어나자마자 작은 산을 넘어야 하는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언덕 정상에서 AJ는 등과 어깨에 처음으로 스포츠 테이핑 요법을 시작했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붙이듯 구글링해서 붙이는 방법을 찾아 등과 어깨 여기저기에 테이프를 붙였는데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조금은 괜찮은 것 같긴 하더라고요.
무거운 걸 메고, 오래 걷는 다는 것, 말은 쉽지 보기 보다 정말 쉽지 않은 도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허브라이트 크루들은 함께 있었기에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으면서 밀어주고 끌어주며 순례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허브라이트 크루들! 그대들이 함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걸으면서 처음 발견한 오늘의 거리 이정표.
제 개인적 기억으론 이 두 번째 날이 가장 힘들었던 날로 기억되네요.
오르막길도 많이 있었고, 대체적으로 그늘 진 곳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걸어야 했고, 경치 감상할 산 길, 숲 길 이런 길이 아닌 도로변 길이 많았거든요.
무거운 배낭과 함께 무지막지하게 걸어대는 순례길에 몸이 채 적응하지 못했던 것도 힘들게 만든 원인이었던 것 같고요.
이 날은 AJ에겐 개인적으로 ‘나는 로봇이다.’ 라고 생각하고 기계적으로 이 악물고 버티며 걸을 수 밖에 없었던 날인 것 같습니다.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나름의 가로수길.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스페인의 넓은 초원
이날만큼은 정말 힘들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처음엔 힘들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꽉 채웠는데, 정말 나중에는 그 생각마저 없어지더니 나중엔 머리가 텅 비워지더라고요.
내 안에 있는 많은 무거운 것들을 비우고 싶다면 순례길을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우고 또 비우다 보면 어느 새 새로운 것들을 채워넣을 수 있는 공간이, 여유가 생기겠지요.
굳이 채워넣지 않더라도 생각을 비움에 따라 비로소 찾아오는 편안함과 자유 등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순례길은 비움과 새로운 채움, 또는 평화와 자유,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행복한 느낌을 자유로이 만끽하기엔 저희가 경험한 5일은 짧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장인이 경험하기에 적절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나중에 시간과 여건이 허락된다면, 조금은 긴 일정으로 또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뙤약볕 내리쬐는 도로변 길들, 정말 힘든 구간들이었습니다.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걷고 또 걸어갑니다. JM(좌)과 AJ(우)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오르고 또 오르다 뒤를 보며 찍은 사진, 완만해 보이지만 뜨거운 햇살아래 오르긴 힘든 구간이죠.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온 몸의 근육이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이렇게 스트레칭을 하면 조금은 시원해 집니다. AJ(앞)와 BJ(뒤)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허브라이트 크루의 점심 식사(믹스 샐러드, 에그 & 햄 등), 총 19.2유로
어느 덧 점심 식사를 할 때가 되어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번에도 먹었던 믹스 샐러드(엔살라다 믹스타), 계란과 햄, 돼지고기 구이 요리 등을 시켰습니다.
믹스 샐러드는 생긴 건 저래 뵈어도 제법 맛은 괜찮더라고요.(물론 자주 먹으면 질리긴 합니다.)
순례길 위에서는 식당이 자주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되면 조금 더 가서 밥을 먹어야지, 할 게 아니라 그냥 들어가서 먹는 게 좋습니다.
저희도 ‘조금 더 가서 밥 먹자. 아직은 일러.’ 그랬다가 아~주 한참을 더 가서 식당을 찾은 배고픈 경험이 있었거든요. TT
식사 시간 즈음이 되었다 싶은데 식당이 보이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서 식사하세요! 🙂
저희는 보통 아침 9시를 전후해서 알베르게를 나와서 점심 식사는 1~2시 사이에 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도착하는 시간에 따라 매번 달랐는데, 보통 7시~9시 사이에 했습니다.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쭉 뻗은 시원한, 아니 한 낮의 더운 길. 좌우로 핀 들꽃.
이 날은 언덕 오르면서 곳곳에 핀 들꽃들을 원없이 구경한 날이기도 합니다.
근데, 너무 힘이 드니까 나중엔 꽃들도 눈에 안 보이더라고요.
그저, 앞으로, 앞으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다리를 움직여 나아갈 뿐입니다.
너무 힘드니까 다들 말도 없어지고 그야말로 ‘침묵의 순례길’이 되더라고요.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조금은 특이한 이정표.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AJ(좌)와 BJ(우)
걷고 걷다 드디어 이 날의 가장 힘든 부분이자, 가장 고도가 높았던 구간이 다가왔습니다.
지쳐 쓰러지듯 땡볕 아래 앉아서 쉬고 있는데, 얄미운 태양이 신기한 ‘햇무리’를 보여주더라고요.
그걸 보니 힘들고 지치기만 한 마음이 어느 정도 환기가 되더라고요.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가장 고도가 높았던, 힘들었던 부분. 적당히 쉴 만한 곳을 물색하고 있어요.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햇무리
신나게 햇무리를 구경하고 사진 찍으면서 지나가는 외국인 순례자들에게 보라고 알려줬더니, 다들 너무 신기해 하더라고요.
‘헤일로’ 사진이 잘 찍히냐고, 잘 찍었냐고 물으면서 한참을 구경하다 지나가더라고요.
가장 힘든 구간에서 정신없이 쉬는 와중에, 선물을 받은 기분이어서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한적한 시골길 같은 순례길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JM(좌)과 AJ(우)
- 사진: 2013. 4. 20 / 포르토마린 ~ 팔라스 데 레이, 질퍽한 진흙길.
저희보다 앞서 순례길을 다닌 사람들은 순례길 내내 비가 와서 고생들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희가 순례길을 걷는 5일 동안은 흐린 날씨 조차 없었던 맑은 날들이어서 참 복 받았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에 내렸던 비에 젖은 진흙땅이 나무들 때문에 햇볕을 못 봐서 마르지 못해서 여전히 진흙길인 구간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 사진: 2013. 4. 20 / 팔라스 데 레이, 팔라스 데 레이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본 거리 이정표.
드디어 팔라스 데 레이에 도착했습니다.
숙소를 골라서 짐부터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거리로 나섰습니다.
- 사진: 2013. 4. 20, 팔라스 데 레이, 저녁식사, ‘메뉴’ 요리 주문해서 나온 전채요리(애피타이저), 수프, 믹스 샐러드, 파스타, 하우스와인
이 날은 너무 힘들어서 왠만해서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AJ도 기꺼이 와인을 마시겠다고 나섰어요.
메뉴 요리를 시키면 주로 ‘애피타이저 + 메인 요리 + 후식 + 음료’ 이렇게 시킬 수 있는데, 음료는 주로 물이나 와인을 제공해요.
메뉴 요리는 보통 1인당 10유로 안팎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와인은 레스토랑에서 직접 담근 하우스 와인인 경우도 있고, 지역 와인일 수도 있고 그런데요.
보통은 와인을 시키면 인심좋게 병째로 가져다 주기 때문에 넉넉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 사진: 2013. 4. 20 / 팔라스 데 레이, 저녁 식사 메뉴 요리 중 메인 요리, 좌측부터 뿔뽀(문어요리), 생선찜, 돼지고기 구이.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하면서 ‘뿔뽀’ 라는 스페인 문어 요리가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순례길 가면 ‘뿔뽀’를 꼭 한 번은 먹어봐야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메인 요리 중에 뿔뽀가 있어서 선택했어요.
조리법의 이슈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던 뿔뽀의 맛을 못 느끼고 온 듯 하네요.TT
우선, 기름이 너무 많아서 그랬는지 전반적으로 양념이 잘 배지 않고 기름맛이 강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느끼했어요.
그리고 양념은 매콤한 맛이라도 있으면 견딜만 한데 그저 ‘짠맛’만 강하게 느껴졌고요.
생선찜 요리도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 요리법이었는지, 다시는 시키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
그나마 특별한 양념없이 구워 내놓으면 세계 어딜가도 그 맛이 비슷한 돼지고기는 먹을만 했던 모양입니다.
- 사진: 2013. 4. 20 / 팔라스 데 레이, 숙소 내부 전경, 트리플룸, 한참 짐 정리 중이라 지저분해요.
이번 숙소는 침대가 세 개인 트리플룸이었습니다.
화장실이 딸려 있어서 좋았던 방인데, 문제는 난방이었습니다.
숙소 딱 들어가니까 라디에이터가 따뜻해지기 시작해서 기분 좋게 따뜻하게 자겠구나 싶었는데요.
저녁 식사하고 들어와서 빨래 하고 짐정리 하다 보니까 라디에이터가 어느 새 차갑게 식은 거에요.
근데 아무리 라디에이터 조작을 해도 난방이 안 되는 상황이고, 주인은 이미 퇴근하고 없고요.
그래서 이 날 욕실에서 했던 빨래는 하나도 안 말라서 다음 날 무겁게 들고 다녀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네요.
순례길에 난방 안 되는 곳이 많다고 하더니, 이런 형태였나 봅니다.
침낭이 필요한 이유가 이런 이유일 수 있겠지요.
To be continued…
오늘 간 길은 1 ~ 2 구간 (주의:이번 구간은 지도와 좀 다름, Openstreetmap 정보 부정확)
Buen Camino!
[산티아고로 가는 길] # 9. 팔라스 데 레이에서 리바디소 가기 – 허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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