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배낭 만큼이나 고민이 되었던 이슈인 ‘도대체 얼마를 가져가야 하는 거야?’ 를 비롯한 얘기들을 해보죠.
- 사진: 2013. 4. 19 / Sarria에서 묵었던 알베르게에서 순례길 출발을 위해 짐싸고 BJ(좌)와 AJ(우).
[현금]
순례길에 필요한 현금은 순례길 1km당 1유로 정도라고 사람들이 얘기하더라구요.
그 얘기에 따르면 하루에 보통 25km 내외를 걸으니까 1인당 하루에 25유로 정도씩 필요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근데 제 생각엔 1km당 1유로는 기부제 알베르게나 공립 알베르게에서 묵어야 하고, 3끼 중 1끼는 한국에서 가져간 음식으로 버티거나 안 먹어야 하고, 나머지 두 끼도 먹고 싶은 것을 골라먹기 보다는 저렴한 것 위주로 먹어야 하고, 남는 돈으로 물 사는 비용이나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간식은 꿈도 못 꾸는 금액이 아닐까 싶어요.
평균적으로 밥값이 인당 10유로 안팎입니다.
알베르게가 공립일 경우 5유로 안팎이고 사설은 8-10유로 정도 합니다.(여러 명 함께 자는 도미토리 형)
밥 2번 먹는다(한 끼에 10유로로 산정)고 가정하고 공립 알베르게에 묵는다(5유로로 산정)고 가정하면 딱 25유로 정도 나옵니다.
물값이나 간식값 등은 포함하지 않았고, 사설 알베르게라도 묵으면 예산이 초과될 수 있습니다.
물론 선택한 식사도 10유로 넘어가면 예산 초과되고, 2끼를 식당에서 먹을 경우를 가정한 것인데, 세 끼를 사먹어야 하는 경우엔 25유로론 어림없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도미토리형이 아니라 2인실, 3인실, 4인실 등 편하게 묵으려고 사람 적은 방으로 선택하면 방값은 더 올라가지요.
물론, 아끼고 절약하고, 알뜰하게 정보를 미리 잘 수집해서 1km에 1유로로도 충분히 갔다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1km에 1유로 보단 좀 더 가져가시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금 지출에 대해 계획할 때 고려해야 될 사항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요.
- 알베르게 – 공립(5유로 내외) / 사설(10유로 내외); 도미토리형 기준(여러 명이 함께 자는 2층 침대 구조)
만일 사람 적은 방(4인실, 2인실, 1인실 등)으로 갈 경우엔 해당 가격 + a가 있다고 예상해야 합니다.
사설 알베르게 1인실(싱글 베드)은 25~30유로 정도, 2인실(더블 베드)는 30~45유로 정도 했습니다.
- 식사 – 메뉴(순례자 메뉴) 10유로 내외
아무래도 더 맛있을 것 같아 보이는 단품 요리들은 비싸요.
물론 메뉴 요리도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곳이 있긴 합니다.
또, 하루에 먹는 세 끼를 어떻게 먹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다 사먹을 건지, 한국에서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수퍼에서 요리 재료 사서 만들어 먹을지요.
수퍼에서 재료 사서 만들어 먹을 경우엔 여러 명이 함께 사서 만들어 먹으면 가격적으로는 메리트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다니면서 과일이나 과자 같은 간식과 물 비용도 생각해야 합니다.
- 물 – 순례길 위에서 사 먹거나 식당에서 사 먹으면 3유로 안팎이고 수퍼에서 사면 1유로 안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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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비 – 세탁은 세탁 + 건조에 약 10유로 정도 생각하면 됩니다.
세탁비는 일일이 손세탁 할 경우엔 절약할 수 있는 돈이겠죠?
- 간식 – + a, 간식이야 말로 정말 플러스 알파 요소입니다.
순례길을 걷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 간식은 먹으면 좋고, 안 먹어도 그만이니까요.
자, 그럼 어느 정도 현금이 필요할 지 밑그림이 그려지시죠?
다니면서 마실 물이나 간식값, 밥값, 숙박비 등을 고려해서 예산을 책정하면 되겠습니다.
저희는 만일을 대비해서 현금을 조금 넉넉하게 챙겨가긴 했어요.
알베르게는 베드버그 공포 때문에 공립은 피했고, 사설 알베르게만 다녔고요.
베드버그도 추억이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근데 800km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 오래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정된 시간 안에서 걸어야 하는 저희 같은 직장인에겐 이 일주일의 순례길도 정말 소중하거든요.
이 소중한 순례길을 베드버그 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았다는 게 사설 알베르게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어요.
[여권, 여권 복사본, 여권사진, 신용카드, 가이드북]
여권과 여권 복사본 1부, 여권용 사진 2장 챙겨갔습니다.
신용카드는 VISA, AMEX 챙겨갔고, 하나은행에서 VIVA 체크카드 만들어 갔습니다.
근데 유럽에선 공항 면세점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상점에서 AMEX는 잘 안 받더라고요.
그래서 대부분 VISA 카드를 사용했습니다.(순례길과는 무관, 유럽 여행 시)
저희는 순례길 위에서 드는 일체의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했기 때문에 순례길 위의 조그마한 식당들이 카드를 받아주는지 아닌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알베르게에서는 확실히 카드 안 받아주더라고요.
저희도 가이드 북 한 권 들고 다니긴 했는데요.
가이드 북에서 유용했던 것은 추천 일정을 일별로 나눠놓은 부분이었습니다.
사리아에서부터 출발했을 때 1일차는 어디까지, 2일차는 어디까지, 이런 식으로 추천 일정이 나와 있는데, 그 부분을 빼고는 가이드북을 볼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무거운 가이드북 들고 다닐 게 아니라 일정에 대한 부분만 골라서 미리 숙지를 하거나, 또는 사진으로 찍어놨다가 필요할 때 해당 부분 사진만 찾는 식으로 하면 짐도 줄이고 편할 것 같네요.
(이렇게 필요한 부분 사진찍었더니 10장도 채 안 되는 분량이었어요.)
저희도 가이드 북 추천 일정대로 순례길을 걸었더니 약 120km의 구간을 5일만에 끝낼 수 있었거든요.
원래 저질 체력을 감안해서 일주일간 천천히 걸을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가이드북 일정이 큰 도시들에 맞춰져 있고, 큰 도시일수록 알베르게도 많아서 가이드북 추천 일정을 따르는 것이 저희도 편하고 좋긴 했어요.
근데 저희처럼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게 아니라 장기간 긴 구간을 다녀오실 거라면 가이드북을 가져가 봄직하단 생각도 드는데요.
그것 역시 미리 가이드북 일정대로 코스 짜서 코스별 추천 알베르게 정보 정도만 미리 엑셀 등에 정리해서 복사해 가면 무거운 가이드북 대신 종이 한 장으로 해결이 되기도 하니까 편한 방법을 취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는 가이드북에서 추천해준 코스 덕분에 예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나서 스페인의 마드리드, 세고비아, 톨레도를 각각 하루씩 구경할 시간을 벌었거든요.
AJ같은 저질체력도 해낼 수 있었던 일정이니까 여러분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___^
- 사진: 2013. 4. 22 / Ribadiso에서 Arca O Pino로 가는 길.
‘다들 힘들겠지만 힘내자고!’ 라고 마치 응원하듯 누군가 나무에 그려놓은 그림.
[스킨, 로션, 선크림, 알로에젤, 바세린크림]
처음에는 스킨+로션+선크림 열심히 바르다가, 나중엔 로션과 선크림만 바르게 되더라고요.
알로에젤의 경우, 한국에서 큰 녀석으로 사갔는데요.
순례길 시작 직전에, 배낭 무게 줄인다면서 알로에젤은 뺐었어요.
알로에젤이 크기도 컸고 무겁기도 했거든요.
결국, 순례길 다니면서 현지 슈퍼에서 새로 사야만 했던 녀석이에요.
선크림을 발라도 타는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 아래 그을린 얼굴의 진정엔 알로에젤이 꼭 필요했어요.
바세린 크림은 물집 잡힌 데 바르거나 하려고 가져갔던 녀석인데, 달라진 물에 적응못하고 푸석거리는 피부에 듬뿍 발라줬던 녀석이에요.
얼굴이 아주 찐득하긴 했지만 푸석한 얼굴이 한결 괜찮아지긴 하더라고요.
물론, 물집 잡힌 곳에도 발라줬어요.
[샴푸, 린스, 비누, 폼 클렌징, 종이 샴푸, 치약, 칫솔, 가글액, 비누곽, 휴대용 바늘/실, 손톱깎이, 면봉 등 개인 위생용품]
전부 준비해 가긴 했는데 순례길 다니면서 든 생각은요.
저는 다니는 내내 어떻게 하면 배낭 무게를 줄일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다녔거든요.
무거운 배낭에 적응도 안 되고, 오래 걷는 것에 적응도 안 된 터라 힘들었으니까요.
AJ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샴푸+린스하고, 세수는 폼 클렌징으로 하다가 나중엔 린스 빼고, 세수도 비누로 끝냈습니다.
딱 샤워실 들어갈 때 샴푸와 비누만 들고 들어간거죠.
머리야 푸석하면 날씨도 더운데 묶으면 그만이겠다 싶었고, 얼굴도 화장하고 다닐 것 아닌데 비누 세수만으로 충분하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성향이 반영된 거라서 각자 판단해서 필요한 물품은 양을 최소화해서 챙겨가는 게 좋겠지요.
비누는 그냥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비누곽에 넣어 다니는게 말리기도 편하고 좋았어요.
샴푸 등은 여행용 작은 용기에 덜어서 가져갔습니다.
종이 샴푸도 챙겨가긴 했고, JM은 몇 번 쓰기도 했어요.
근데 종이 샴푸의 효능에 반신반의하던 AJ는 결국 쓰지 않았는데요.
종이 샴푸가 정말 가볍고 부피도 거의 없어서 종이 샴푸로도 충분하다 생각하는 분들(특히 남자분들)은 종이 샴푸도 아주 유용할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종이 비누도 있던데(저흰 안 챙겨 갔지만) 비누도 종이 비누로 대체하면 훨씬 배낭이 가벼워지겠지요.
아침과 저녁은 치약, 칫솔로 양치를 했고, 점심은 가글액을 이용했습니다.
휴대용 바늘과 실은 물집 제거하는데 유용하게 썼습니다.
휴지의 경우, BJ가 물티슈 큰 것을 준비했는데, 그거 하나로 셋이 유용하게 썼어요.
손톱깎이의 경우, 순례길 출발하기 전에 바싹 깎았었는데, 5일 다니는 동안은 새로 깎을 일 없이 여유있었어요.
면봉도 필요에 따라 유용하게 잘 쓰고 왔어요.
[각종 기기들 – 핸드폰, 핸드폰 충전기, 핸드폰 배터리, 노트북, 아이패드, DSLR 카메라 등]
AJ와 BJ는 핸드폰 배터리를 1개 더 구매해서 총 3개의 배터리를 들고 다녔습니다.
유럽에선 핸드폰이 기지국 신호를 잡느라 그런지, 배터리가 빨리 닳더라구요.
자주 충전할 필요도 없어서 저는 유용하다고 느꼈습니다.
JM과 BJ는 각각 노트북을 챙겨갔는데요.
회사에 갑자기 생기는 일 처리도 필요하고, 카메라로 찍는 사진들 옮기는 데에도 유용하게 썼습니다.
사진찍는 취미가 있는 BJ는 DSLR 카메라를 들고 왔는데, 덕분에 사진 많이 찍었고, JM 역시 아이패드로 사진을 많이 찍어서 덕분에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은 아주 풍성하게 찍었네요. ^^
- 사진: 2013. 4. 23 / Arca O Pino에서 Santiago de Compostela로 가는 길
자! 이제 순례길로 떠날 준비가 다 되셨나요?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야 겠다.’ 라고 마음 먹은 순간, 이미 절반은 준비가 된 거에요.
순례길로 향하는 목적은 모두 다르겠지만, 순례길 위에선 순례자 모두가 친구에요.
저마다 각자의 배낭을 짊어지고 지나가는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함께 걷는 동료들과는 완주를 위해 서로를 돌보고 힘을 북돋아줄 수 있는 순례길!
함께 떠나보자고요!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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