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끌려서 무작정 주문했는데,정신 없이 읽다 보니 금새 읽어졌다.
미대 2학년인 주인공의 한학기 생활을 옆에서 관찰한 것 같은 느낌.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주인공이지만,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열정도 그렇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는 모습도 그렇다. 주인공의 친구로 나오는 여학생은 언제나 내가 갈망해왔던 부유하고 구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부잣집 딸내미. 질투 그 자체다.
그 나름의 걱정도 있고 슬픔도 있겠지만, 주인공과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뭘 위해서 20대를 살았고, 그래서 난 어떤 것을 얻었는지. 아쉬운 구석이 많다.
어찌할 수 없는 하루하루의 삶을 못내 아쉬워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웠던 것 같다.
그 역시 나쁘지는 않고, 그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무한한 동경 같은 것,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아쉬움이다. 주인공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주인은 내가 한 명쯤 갖고 싶은 친구다.
친구라는 의미가 단지 나이가 같아야만 성립되는 관계가 아니고, 마음이 맞으면 그게 친구 아닌가.
물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는 친구도 있겠지만,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조금씩 닮아가는 관계.
그게 친구를 갖는 최고의 의미 아닐까.
닮는다는 것은 단순히 겉모습이나 행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치관에 대한 탐구와 관심에서 비롯된 따뜻한 배려 같은.. 그런 것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주저리주저리 내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존재한다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이유가 되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 힘들고 지칠 때 일일이 나를 설명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내 목을 죄는 것 같다.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주인은 내가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동경의 실체인 것 같다.
일방적으로 나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하는,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은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과연 관계를 얼마나 진전시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심각하지도 않은 이 책에서 가슴 속 한 구석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갖가지 커피 종류와 그 커피를 만드는 과정,
또, 커피와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들에 대한 소개가 나와서 읽는 내내 행복했고, 배가 불렀다.
음식을 소재로 한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참.. 좋다.
음식이 인간 관계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에 깊이를 더해 준, 즐거운 책.
올해 읽은 책 중에 순위권에 들겠음!
(* 본 리뷰는 happyfunky님의 허락을 받고 게시되었습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ppyfun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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